2011년 8월 26일 금요일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하워드 커틀러 저/류시화 역-

제목: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저자: 하워드 커틀러 저/류시화 역
출판사: 김영사





8월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일요일 오후.. 더위도 식힐 겸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집어든 책이 바로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었다. 2002년 12월에 산 책이니, 이 책을 처음 만난지가 8년이 되어가는 셈이다. 30대 내가 본 행복과 40대의 내가 본 행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날 오후 내내 이 책은 행복을 찾는 여정으로나를 끌어 들이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때와 계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지 내 삶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달라이 라마는 이 책을 통해 그것이 틀리지 않다고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행복을 확고한 목표로 정하고, 체계적인 수행으로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심하는 것은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결국, 내가 행복을 내 삶의 궁극적 화두로 선택한 것에 대해 이 책은 든든한 응원군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당연히 떠오르는 다음 질문에 이 책은 이런 해답을 제안했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기를 바란다면 당신의 근본적인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당신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름사람을 대하는 일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들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애정과 자비심을 갖고, 인간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관계를 맺는 일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스스로의 태도 변화가 행복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사람과의 관계로 환원될 수는 없겠지만, 세상 모든 물질을 소유한다 하여도..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부터 오는 불편함이 있다면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은 결국 내 생각과 욕구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내가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은,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뒷받침 해주기에 충분했다.

행복은 관계의 만족도에서 온다. 그것이 구체적인 대상이 되었던, 사회라는 추상적 집단이 되었던.. 그리고 그 관계의 만족도는 결국 내가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이리라.


"시각을 바꾸는 능력은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사람의 행동에서 긍정적인 측면이나 시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에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단순히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불편한 대상을 어떻게 받아드리느냐,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온갖 고통과 불편함을 어떤 관점에서 맞이하느냐...
결국, 행복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이며.. 대상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주는 평온함을 배우고, 삶의 고통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내 삶에 유익한 것을 찾고 배우려는 태도가 행복을 가져오는 열쇠라고 이야기 하는 듯 들려왔다. 사실 조금은 너무 익숙해서 진부해질 수 있는 결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감히 들었다.


책을 덮으며,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떠올랐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어야 한다는 큰 명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것에서 오는 소소한 느낌에 감사하는 마음의 수양이,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을 내게 알려주신 스님이 더 내 마음에 남는다.

왠지 달라이 라마가 고승이기 이전에... 정교분리되지 않은 티벳이라는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행복이 내 삶의 화두가 되는 것에 한 표를 던져준 달라이 라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하루를 또 살아야 할 큰 힘을 준 셈이니까...

2011년 1월 29일 토요일

손을 베다

밤을 까다 손을 베었다.
손을 꾸욱 누르고 지혈제를 뿌리고 밴드를 감싸고
아사하게 느껴지는 통증

툴툴 털고 일어나 내 방문을 열다
아내의 지청구가 떠올라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 눕는다.

시집을 한 권 꺼내들어 읽다
자꾸 눈이 어른거려 거두어 둔다.

손가락의 아픔이 내 심장에 도달하니
창으로 너머온 햇살이 서럽다.

내 방의 햇살은 어디쯤 가 있을까?

2010년 9월 23일 목요일

사람을 향한 기술, 넌 감동이었어!

# 0. Intro

필요가 발명을 낳는다는 말이 있죠-
흔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많이 이야기되곤 하는데요,
하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꼭 필요하지만 발명되지 않는 기술,
혹은 이미 발명되었으나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는 기술이나 장치들이 꽤나 많은 듯 합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건 '자본의 논리' 때문인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어요~ ㅡ.ㅡ;;

흔히 하는 표현으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거나,
혹은 개발되었지만 그 기술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들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오늘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이러한 '자본의 논리'를 극복한 "감동적인" 발명품 몇가지를 소개해 드릴까 해요-
제가 이들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이 여러분께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1.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먼저 몇 장의 사진을 보여드릴께요!

아이들이 재미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 기구는 이 외에 또 다른 '유용한 쓰임'이 있습니다.
사진만 보고 뭔지 짐작하실 수 있겠어요?

이 기구는 아이들이 쉽게 이용하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놀이기구인 동시에,
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수단
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 기구를 돌리면서 노는 사이 40~100m 깊이에 있는 지하수가 끌어올려져
물탱크에 저장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인데요, 물탱크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이 기구를 가지고 한 시간을 놀면 약 1400리터의 물을 끌어 올릴 수 있으며, 약 2500리터의 물을 물탱크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 펌프가 하나 설치되면 인근 지역 주민 약 2500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죠?


그럼 여기서 여러분의 센스를 테스트할 수 있는 돌발퀴즈 하나!

이 [플레이 펌프(Play Pump)]를 설치하기에 가장 좋은 어디일까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서 스스로 한 번 답을 찾아보실래요?


정답은... 바로 학교!
지칠줄 모르고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의 에너지야말로 최고의 동력이겠죠?! ㅎㅎㅎ

이 플레이펌프(Play Pump)는 2008년 미국 국립디자인상 결선에 오른 작품으로,
어린이들의 즐거움과 건강을 동시에 책임지는(!) 정말 획기적이며 감동적인(!!) 제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플레이펌프 홈페이지 : http://www.playpumps.org


9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에 처음 설치된 플레이 펌프는 지금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외 스와질랜드, 모잠비크, 잠비아 등 물이 부족한 여러 나라들에 설치되었으며, 올해까지 4000대를 설치하여 천만명 이상의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Play Pump International사의 목표라고 합니다.

---------------------------------------------------------------------------------------------------------------------------

# 2.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 그럼 또 다른 발명품을 만나볼까요?

이번에도 사진 먼저 공개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자전거'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 역시 또다른 쓰임이 있습니다.
보다 원활한 추리를 위해 사진 앞부분을 좀 더 자세히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감이 좀 잡히시나요? ^^
이 제품은 일명 '자전거 정수기'라고도 불리는데요.
[물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의 기능] + [물 저장 장치] + [정수기 역할]까지!1석3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폐달을 통해 얻어진 동력으로 정수를 하며, 정수탱크는 탈착이 가능하여
집안으로 이동 가능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 가정의
오염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기특한 녀석입니다. ㅎㅎ

다국적 디자인 회사 IDEO 제품으로, 제품명은 아쿠아덕트(Aquaduct)입니다.

* IDEO 홈페이지 : www.ideo.com

---------------------------------------------------------------------------------------------------------------------------

# 3. 빨대로 뭘 어쩐다고?
자~자~ 여기 착한 발명품 하나 추가요!
휴대용정수기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를 소개합니다.


덴마크의 베스터가르드-프랑센그룹(www.vestergaard-frandsen.com)이 10여년에 걸쳐 발명한 
이 휴대용 식수 정수 필터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이질,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콜레라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걸러주며, 시겔라, 살모넬라, E.콜라이 등의 박테리아를 제거해 줍니다.



별도의 배터리나 필터도 갈아 끼울 필요없이 약 1년 동안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US$2.00 이하의 단가로 제조 가능하다고 하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위한 제품개발이라는 의도에 걸맞는
정말 착하고 의미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하나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납니다. ^^;;;;;

-------------------------------------------------------------------------------------------------------
# 4. 아직 안 끝났어요!

위에 사진에 소개된 제품은 일명 [Q-드럼통]이라고 불리는데요,
식수 75리터를 어린아이 혼자서도 끌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1.5리터짜리 생수 몇통을 양손에 들고 오는 것 만으로도 팔이 얼마나 아픈지 경험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제품의 효용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와 닿으시죠? ^^

더구나 물 한 두 동이를 길어 나르기 위해 몇시간을 걷고, 그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아이들의 경우 특히) 
수많은 (성)폭력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이 제품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소개해 드릴께요!


이 제품은 누구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사람이 발로 밟아서 작동시킬수 있도록 설계된 관개용 펌프로,
머니메이커(MoneyMaker)라는 제품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을 위한 "적절한 기술("Appropriate Technologies" for Enterprise Creation)'을 모토로
지구촌의 빈곤퇴치에 기여하고 있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킥스타트 (KickStart)]의 대표상품인데요,

이로 인해 건기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곳에서 엄청난 생산량의 증대를 가져왔다고 하네요~
제품명 그대로 돈을 벌어주는 기계인 셈이지요-;)


* 킥스타트 홈페이지 : http://www.kickstart.org/

([킥스타트]&[머니메이커]와 관련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좀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 별도 포스팅을 준비하겠습니다.)

---------------------------------------------------------------------------------------------------------------------------

오늘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례들은 대부분 '적정기술'이라는 것에 부합하는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적정기술'이란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을 이용해 쉽게 배울 수 있는 과학기술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삶에는 절실한 기술을 의미
합니다.

온갖 최첨단 제품들이 개발되어 인간에게 (조금은 과하기도 한) 물질적 풍요와 안식을 가져다주는 21세기에도
지구 반대편 소외된 극빈국가에선 식수 부족과 식수 오염으로 하루 6천여 명(대부분 어린이)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 인구(약 10억명 정도)가
안전한 물 공급없이 불안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적정수준의 기술"을
"적절한 비용"과 "적절한 방식"으로 사회에 내놓은 것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요?

위에서 소개해드린 일련의 제품들을 그저 "착한 제품", "따뜻한 제품"이라는 수식어로만 소개하기엔
뭔가 한~참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요?

......

......

인간을 향한 기술... 넌 정말 감동이었어! ^^

저작자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