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김영사
8월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일요일 오후.. 더위도 식힐 겸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집어든 책이 바로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었다. 2002년 12월에 산 책이니, 이 책을 처음 만난지가 8년이 되어가는 셈이다. 30대 내가 본 행복과 40대의 내가 본 행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날 오후 내내 이 책은 행복을 찾는 여정으로나를 끌어 들이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때와 계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지 내 삶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달라이 라마는 이 책을 통해 그것이 틀리지 않다고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행복을 확고한 목표로 정하고, 체계적인 수행으로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심하는 것은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결국, 내가 행복을 내 삶의 궁극적 화두로 선택한 것에 대해 이 책은 든든한 응원군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당연히 떠오르는 다음 질문에 이 책은 이런 해답을 제안했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기를 바란다면 당신의 근본적인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당신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름사람을 대하는 일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들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애정과 자비심을 갖고, 인간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관계를 맺는 일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스스로의 태도 변화가 행복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사람과의 관계로 환원될 수는 없겠지만, 세상 모든 물질을 소유한다 하여도..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부터 오는 불편함이 있다면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은 결국 내 생각과 욕구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내가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은,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뒷받침 해주기에 충분했다.
행복은 관계의 만족도에서 온다. 그것이 구체적인 대상이 되었던, 사회라는 추상적 집단이 되었던.. 그리고 그 관계의 만족도는 결국 내가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이리라.
"시각을 바꾸는 능력은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사람의 행동에서 긍정적인 측면이나 시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에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단순히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불편한 대상을 어떻게 받아드리느냐,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온갖 고통과 불편함을 어떤 관점에서 맞이하느냐...
결국, 행복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이며.. 대상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주는 평온함을 배우고, 삶의 고통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내 삶에 유익한 것을 찾고 배우려는 태도가 행복을 가져오는 열쇠라고 이야기 하는 듯 들려왔다. 사실 조금은 너무 익숙해서 진부해질 수 있는 결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감히 들었다.
책을 덮으며,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떠올랐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어야 한다는 큰 명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것에서 오는 소소한 느낌에 감사하는 마음의 수양이,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을 내게 알려주신 스님이 더 내 마음에 남는다.
왠지 달라이 라마가 고승이기 이전에... 정교분리되지 않은 티벳이라는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행복이 내 삶의 화두가 되는 것에 한 표를 던져준 달라이 라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하루를 또 살아야 할 큰 힘을 준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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