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막바지를 앞두고 결국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눈물의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어찌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나, 막상 눈물을 흘리며 지지자들에 대한 사과의 말과 유시민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나는 한국사회의 진보정치 현주소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지사의 선거판세가 결국 얼마 안되는 자신의 존재기반 조차도 포기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또 재현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올바른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의견을 달리 할 수 있으나, 한국사회에서 일명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의 홀로서기가 앞으로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올해 지방선거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무상급식이었다. 그동안 이 무상급식 전면시행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 하기위해 노력한 것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었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분배와 복지에 대한 정책을 중요시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패러다임이기에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로 보여지기도 한다. 더욱이 이 사회적 이슈는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조차도 자신의 공약으로 받아드릴 정도로 전폭적인 국민적 지지를 얻었고, 이제 지방선거의 결과에 무관하게 어떤 방식으로든 무상급식에 대한 이슈는 제도화 되어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히 우리사회의 여러과제 중 하나가 보다 진전된 형식으로 제도화 됨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박수와 격려는 이를 최초로 제기한 그룹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그룹이 정당이라면 지지율이라는 것으로 표현되어지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무상급식이라는 주요한 이슈에서 진보정당의 존재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이 논쟁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방만 보여질 뿐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혁신적 창의력과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던 중소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게 고스란히 그 시장을 내어주고 물러나야 했던 냉정한 비지니스 세계가 떠올랐다. 식혜음료 시장을 만들어냈으나, 결국 대기업들에게 그 시장을 헌납해야 했던 비락식혜의 경우가 그러하고, MP3시장을 만들어 냈으나 부도직전까지 내몰렸던 아이리버 역시 비슷한 사례가 될 듯 하다. 그것이 비지니스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을 불문하고, 경쟁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이는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일반적인 경쟁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대기업으로까지 성공한 사례도 분명 존재할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중소기업이나 중소정치세력으로서의 진보정당의 존재가 바로 그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자양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지적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취약성이다. 대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중소기업은 결코 스스로의 시장과 혁신적 제품을 내어놓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중소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고용과 내수시장의 취약함은 대기업 위주의 수출중심적인 한국경제가 결국 세계경제의 의존성 심화와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비단 경제의 영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진보정치 그룹의 존재없이, 성장과 경쟁의 패러다임에 기반한 두 거대정당의 독점적 지위만이 보장될 때 과연 우리사회가 균형있게 디자인 되고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할 때 나는 결코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중소기업의 창의성을 육성하고 그 시장을 보호하고자 여러가지 제도가 존재하듯이, 나는 진보적 담론을 생산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에 반하는 혁신적 이슈들을 제기하는 진보정당은 반드시 우리사회가 육성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하고 생각한다. 이러한 진보정당의 소중한 가치가 늘 선거때 마다 나오는 현실론에 부딪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항상 아쉽기만 한다.
심상정후보의 사퇴가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피지도 못한 진보정당에게 또 한 번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심상정후보가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눈물이 내게는 그래서 더 아프고 미안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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