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화요일

협동, 그 기다림의 미학을 위하여...

사회적기업가 스쿨에서 성미산마을의 태동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성미산마을극장 유창복대표로 부터 들었다. 도심 한복판에 그러한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마을을 가꾸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생한 현장의 검증은 틈만 나면 도심을 탈출할 기회만을 엿보던 나에게 작은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또한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포기해 버린 좋고 소중한 가치들이 이러한 혁신적 활동에 의해 되살려 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잠깐 따뜻해지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에게 더 큰 생각과 고민을 던져준 것은 다름아닌 협동에 대해 성미산 사람들이 보여준 생각과 실천이었다. 협동은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소중한 공동의 체험, 그리고 협동이 가져오는 비효율성과 그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끝내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함으로 열매를 맺어낸 그 지혜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게 가라"
내가 늘 되새기는 이 구절처럼, 나 역시 협동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현실에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는 협동을 통한 일의 진행이 상대적으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자원이 부족한 작은 조직이 큰 조직과 경쟁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과 자원이 쌓여감에 따라 이러한 협동의 유효함은 또 다른 측면에서 불편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비효율성이었다. 초반 일천한 지식과 경험은 자연스럽게 십시일반의 협동을 요구하게 되었으나, 조직 내 쌓여진 경험과 과거에 비해 풍부한 자원은 특정한 상황이나 문제에 적합한 인적자원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잉태하기 시작한다.그리고 이는 협동에 의한 해결보다는 개인에게 의지하는 해결방안을 선호하게 되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특정 몇몇의 사람이 보다 많은 권력을 소유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어찌보면. 이는 조직의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효율성이라는 개념의 함정에 빠진 결과가 아닌지 질문해본다. 분명 정해진 시간, 특히 짧은 시간내에 특정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잣대가 바로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내의 결과를 바라는 마음은 결국 검증된 사람과 익숙한 프레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조직의 권력의 집중이 일어나고, 그 권력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과 수평적 관계의 훼손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결론적으로 협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협동이라는 방식이 결과를 내기 위한 임계점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성미산마을의 경험은 좋은 시사점을 주는 듯 하다. 성미산 마을의 협동에 대한 공동 체험과 최근의 성과에 이르기까지는 어언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비효율적인 토론과 참여.. 그러나 그 지난했던 토론과 참여는 구성원들에게 듣기와 소통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마침내 2003년 이후에 그 가시적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임계점에 이르기 위해 그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2시간의 강의로 성미산마을 사례의 실제를 모두 이해하고 분석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 그것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협동이라는 조직운영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이번 강의를 통해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협동은 필연적으로 그 결과가 나오기 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며, 오히려 당장의 빠른 단기적 효과와 결과에 대한 집착이 협동적 방식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해 본다.


더 멀리 보는 큰 안목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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